북핵시간은 절대 미국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의 북미정세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철학적 사고가 좀 필요하다. 이른바 현상과 본질에 관한 얘기이다. 

아시다시피 본질은 현상을 통해 드러난다. 그런데 문제는 본질이 현상을 통해 드러내는 것은 맞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반드시 현상이 본질을 100% 다 정직하게 다 드러내지 않을 수도 있다는데 있다.

이른바 ‘왜곡’문제이고, 이는 본질 속에 꼭꼭 숨어있는 ‘왜곡된’현상을 잘 읽어내지 못한다면 심각한 오류가 발생한다는 의미이다. 

바로 그 적절한 예가 ‘1930년대 조선의 수많은 독립운동가(이광수, 최남선, 최린 등)들이 왜 변절하게 되었는가’이다. 

당시 일본은 1930년대 후반으로 넘어오면서 문화통치에서 무단통치로 그 통치형식을 변경시킨다. 그렇게 강권통치가 극에 달하자 지레 겁을 먹은 수많은 독립 운동가들이 ‘일본을 이제는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것’이라며 스스로 사상의지적 나약과 정세오판으로 파멸의 길로 나자빠졌다.

그렇게 지금의 (북미)정세가 딱 그때와 마찬가지이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그 시기와는 달리 시간만 차이가 있을 뿐이다. 

즉, ‘왜곡된’현상 뒤에 감춰져있는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면 유사 이래 이 지구상에서 가장 최강인 미국이 자신의 지배권에 있는 유엔을 앞세워 유례없는 최강의 방식으로 대북제재가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고, 다들 종국에는 미국이 북을 굴복시키고 미국이 원하는 방식으로 북핵문제가 결론날 것이라는 정세인식을 가질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당시 그러한 정세 하에서도 오히려 왜 일본이 패망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주체적 이해와 과학적 정세인식을 통해 패망의 본질을 정확히 짚어내고, 그러한 과학적 정세인식과 패망의 필요불가분성을 믿고 변절한 독립 운동가들과는 달리 독립과 광복을 위해 총칼로 항일을 일궈온 일군의 항일무장투사들과 독립운동투사들이 있었다. 

똑같다. 지금도 북의 핵을 놓고 벌어지는 미국과 북의 세기의 대결에 현상으로 정세를 보는 것이 아니라, 즉 왜곡된 현상에 굴복된 정세인식이 아니라 미국이 질 수밖에 근본이유와 북 승리의 필연성을 사회과학법칙으로서의 인식과 인민에 의거하는 전술로 항미(抗美)를 일관되게 펼치고 있는 북 승리가 눈에 보일 것이다.  

다시 말하면 당시 (일본의) 기세에 눌린 정세인식이 변절자들의 시각이었다면 지금도 미국의 눈으로, 민족예속의 눈으로는 똑같은 결과가 나올 뿐이다. 반면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에서 확인받듯이 민족자주와 자결의 원칙에 입각한 주체의 힘을 믿는 주체정세와 과학적 정세인식은 지금의 북미정세를 당시 항일의 길로 걸어왔던 그 길과 똑같이 정당하고 승리를 보장하는 길이라 믿고 지금도 항미의 길을 일관되게 걸어가고 있는 북 승리가 눈앞에 보인다는 의미이다. 

이 글은 바로 그러한 전제하에서 쓰여 졌고, 그래서 이 글은 시간이 북(北)편인지, 왜 북이 승리할 수밖에 없는지, 그 이유가 보다 분명하게 설득되어진다.  

이를 위한 시작은 이렇다. 

북(北)은 불과 스톡홀름 북미 실무회담 며칠을 앞두고, 10월 2일 전격 북극성-3형(SLBM)을 발사했고, 미국이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지 않자 스톡홀름 북미 실무회담을 결렬시켰다. 

그리고 현재까지 정세상황은 이렇듯 스톡홀름 북미 실무회담 결렬이후의 정세가 쭉 흘러가고 있다. 간간히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미회담을 위한 ‘의미 있는’ 발언들을 몇몇 쏟아내고, 가장 최근에는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13일(현지시각) “외교가 무엇인가를 필요로 한다면 우리는 (한미)군사연습 태세를 다소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북의 마음을 돌려세울 만큼 결정적이지는 않다.

반면, 북은 다분히 공세적이고 전략적이다. 김정은 위원장체제이후 한 번도 전면에 등장한 적 없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12월 중에 확실시 되는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앞두고, 미국에 “배신감”을 느낀다며 “더는 수수방관할 수 없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11월 13일) 계속해서 <조선중앙통신>은 미국에 대해 “경솔한 행동을 삼가는 것이 좋을 것”이며 “정세흐름을 바꾸라”고 경고하면서 “거듭되는 우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남조선 측이 가장 예민한 시기에 반공화국 적대적 군사연습을 강행하기로 한 결정은 우리 인민의 분노를 더더욱 크게 증폭시키고 지금까지 발휘해 온 인내력을 더는 유지할 수 없게 하고 있다”며 강조했다.

북은 이렇게 12월 연말까지의 시한을 앞두고 미국에게 ‘새로운 계산법’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예의 그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내고 있다. 

그렇게 정세국면은 되어 있고, 시간은 그렇게-12월 31일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래서 여기서 드는 의문은 ‘북과 미국, 두 쪽 다 그렇게 시간이 한가한가’이고, 결론은 어느 한쪽은 분명 착각하고 있다는 말이고, 어느 한쪽은 승리하게 되어 있다는 말인데, 그럼 ‘어느 쪽이 착각하고 있는가’이다.  

많은 북 전문가들과 언론, 정치인들은 대체적으로 시간이 미국편이라 생각하고, 미국이 북핵을 종국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어느 한 신문에 실린 칼럼은 이를 충분히 증명해준다. “~그러나 아무래도 키를 쥐고 있는 것은 미국이다. (중략)북핵 협상 키는 ‘제국’ 미국의 관료들이 이미 틀어쥐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부산일보>, 2019.11.15.)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좀 다르다. 시간은 오히려 북(北)편이고, 북이 오히려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몇 가지 이유가 있어서 그렇다.

첫째는, 미국은 절대 북(北)만의 핵을 폐기시킬 수가 없다. 이는 왜 북이 핵을 그토록 갖고자 했던지 생각해보면 금방 알 수 있는 문제이다. 

북은 이미 익히 알려진 데로 이 지구상 유례없는 극강의 제재와 온갖 비난과 수모를 겪어가면서 핵을 가졌다. 그러면 우리는 ‘그 정도의 수모와 모욕을 받아가면서도 핵을 가지고자 했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이겠는가?’ 하는  의문을 품어야 하고, 이에 대한 답으로 우리가 흔히 쉽게 생각하는 것처럼 ‘체제를 보장받기 위해서’, 혹은 ‘경제제재를 완화시키기 위해서’, 그런 결론에 도달하게 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물론 위 결론이 부분적으로는 답이 될 수는 있겠지만, 답의 전부를 표현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온전한 답은 미국의 적대정책 종식과 한반도에서의 항구적인 평화체제구축, 그리고 연방통일조국실현이다. 

현실적으로는 모든 제재해제, 북미수교, 평화협정체결, 주한미군철수와 6.15방식의 연방통일조국 건설이다.

다음으로는 이 외에도-정치군사적 목적 외에도 북이 핵을 가지려고 했던 이유는 ▲남북관계에 있어 ‘핵 그림자’효과 ▲경제총력 집중노선으로의 전환 ▲수령의 사상위대성 입증 등이 이에 해당된다. 

해서 북은 위 4가지 요인이 AND적으로(필요충분하게, 편집자주) 충족되지 않는 한 절대 북(北) 자신만의 비핵화를 수용할 수가 없다. 동시적으로 그래야만 북이 그렇게 온갖 고난과 비난, 수모를 견디면서 핵을 가지고자 했던 이유가 온전하게 100% 설명되기 때문이다.      

둘째는, 김정은 위원장이 최근(2019.10.15.) 백마 타고 백두산을 등정한 의미에 대한 이해 때문이다.   

아시다시피 백두산은 북에게 민족의 성산으로 규정받고, 조선혁명의 발원지이자 승리의 책원지이다. 

그러므로 백두산은 조선혁명을 승리로 개척해온 민족의 성산이라는 말이고, 이런 산을 김정은 위원장이 백마 타고 올랐다? 분명 뭔가가 있고, 그것도 아주 중요한 시기마다 상징언어를 통해 메시지 전달을 해온 북 체제의 특성상 단순히 미국과의 결판을 앞두고 뭔가의 결의를 다지기위해서만 (백두산을)올랐다고 상상해내는 것은 대단히 1차원적 사고이다. 

이유는 이렇다. 앞서 백두산에 대한 개념정의를 통해 확인받듯이 백두산은 항일혁명의 승리를 개척해온 민족의 성산이고, 조선혁명 승리의 성지(강조, 필자)이다. 그런데 그런 산을 올랐다? 그렇다면 단순한 결의다지기보다는 이미 미국과의 핵 담판에서 결정적 승리를 보장하는 열쇠를 지었고, 그것을 대전제로 북이 목표로 삼고 있는 사회주의 강성국가건설, 연방통일조국에 대한 설계를 마쳤다고 봐야한다. 그래야만 민족의 성산이고, 조선혁명 승리의 성지에 걸 맞는 예우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백두산을 오른 이유가, 그것도 백마를 타고 오른 이유가 그렇게 설명되어질 수 있다면 북(김정은)은 핵을 보유한 상태에서 미국을 상대해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음이다. 

셋째는, 시간과 정세를 지배하는 힘이 북(北)에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시간과 정세를 지배하는 힘이 미국(트럼프)에게 절대 있지 않다는 것을 주객관적으로 증명만 할 수 있다면 미국은 결국 북의 핵을 용인하고, 그 상태에서 평화협정체결을 그 핵심으로 하는 북미간의 새로운 관계수립을 할 수밖에 없음을 증명할 수 있다. 

근거 ①미국은 이제 죽었다 깨어나도 북을 이란, 이라크, 베네주엘라 등 그런 나라들처럼 국가전복을 시도하거나, 억지력 그 자체를 완전 무력화시킬 수는 없다. 

뿐만 아니라 북이 2017년 11월 29일 국가 핵무력완성을 선언하면서부터 한반도에서의 전쟁도 불가능하게 되었다. 

②북이 발사한 SLBM이 갖는 정치·군사적 함의 때문이다. 

즉, SLBM은 인류의 현존하는 최고단계의 무기이자 궁극의 무기이고, 최고 전략무기로 불린다. 그러다 보니 이 무기 덕분(?)에 세계핵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학설이 만들어질 만큼, ‘인류를 구한 무기’라는 역설적인 평가까지 뒤따른다. 북이 이제 그런 무기까지 만들어내었으니 미국으로서는 북을 이제 전략국가로 대접 안할 수가 없고, 전략국가들과의 갈등해결방식인 협상을 통해서만 이 문제를 풀 수밖에 없게 하였다. 외에도 이동식 발사가 가능한 ICBM까지 보유하고 있으니...

이렇게 북은 완벽하게 상호확증파괴전략에 따른 전략적 ‘공포의 균형’을 이뤄냈다. 

③시간과의 싸움에서도 세간의 예측과는 달리 북(北)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북핵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못할수록 그 외교적 성과를 내 트럼프 자신의 재선에 활용하고자 하는 그런 시간은 점점 줄어든다. ▲또 시간과는 반비례해 미국의 입장에서도 북의 핵전력 강화를 막아내지 못한다면 미국의 동북아 및 세계에서의 ‘유일’패권적 지위는 점점 잃어간다.(이미 그 지위는 잃어가고 있다. 부시의 윈윈전략에서 오바마의 아시아회귀정책, 그리고 지금의 인도태평양전략으로 이어져 오는 일련의 과정이 이를 가장 적나라하게 증명해내고 있다.)

④동맹도 과거와 같은 그런 동맹 정도가 아닌, 핵을 전략적으로 공유한 북-중-러 동맹이다. 

이름하여 ▲과거와는 달리 핵을 가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북-중-러 동맹대신, 핵을 가진 상태에서의 북-중-러 동맹이 완성되어 있다.(이 말은 북미 관계가 설령 최악으로 간다하더라도 이제는 중과 러가 북을 무시하지는 못한다는 말이고, 동시에 또 이 말뜻은 설령 향후 북미회담이 결렬되어 북이 예의 그 ‘새로운 길’을 가게 되더라도 미국이 북을 압박하는 데는 그 한계가 있다는 말과 하등 다르지 않다.) 대신 ▲한-미-일 삼각동맹은 지금 삐걱하고 있다. 지소미아는 한국에 의해 유폐될 수밖에 없고, 한미동맹도 새로운 전환국면에 직면해 있다.

⑤세간의 주장을 받아들여 시간이 미국편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적 사고는, 다름아닌 북이 2020년까지 목표를 세워둔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 마지막해라는 이유가 북도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다는 그런 상상력이 가능한데, 이마저도 번지수를 잘못 짚어도 한 참 잘못 짚었다는 사실이다. 

우선은 ▲왜 5개년계획이 아니고 5개년전략(강조, 필자. 이를 간단하게 풀어쓰면 계획은 ‘시간과 결과’가 있는 그런 이행계획표라면, 전략은 ‘시간과 이행계획표가 생략’된 방향제시표이다.)’인지를 잘 음미한다면 북은 이미 이 전략을 세울 때부터 이행계획에 대한 불리한 변수를 생각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또 북은 제재에는 이골이 난 그런 국가이다. 이른바 사회주의체제가 수립되고 난 이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미국의 제재에서 벗어난 적이 없기 때문에 (그것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제재가 지속된다하더라도 제재지속충격이 그리 심하지 않다는 말이다. 
다음으로는 이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인데, 다름아닌 ▲북은 물질적 풍요보다 사상의식을 강조하는 그런 사회, 이른바 ‘사상결정론’이 채택되어 있는 그런 국가라는 것이다. 풀어쓰자면 사상의식이라는 것이 사람의 요구와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있어 사람의 모든 활동을 규제하고 조절, 통제하는 매우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설령 그런 계획(전략)을 세워놓았다 하더라도 ‘왜 달성 못했는지’가 충분히 설명되어진다면 북 인민은 이를 사상의식적으로 수용할 수가 있다. 
그리고 그 끝은 이미 ▲김정은 체제가 5개년전략 성공여부와 상관없이 안정되어 있고, 이는 수령체제가 갖는 그 특성, 수령-당-대중이 혼연 일체가 되어 있는 사회의 특성을 반영해 정권 불안적 요인을 발생시키지 않는다. 

이렇게 이 모든 것을 종합해보면 시간은 절대적으로 북(北)편이고, 핵을 가진 상태에서의 북-중-러의 전략동맹이 미국에게 더 이상 구걸할 이유를 없애주니 향후 시간은 미국이(트럼프가) 절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에서 싸워야만 하는 덩치 큰 ‘골리앗’일뿐이다. 

해서 북은 올 연말까지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제시하지 않아 북미관계가 크게 경색된다하더라도 절대 북은 조급하지 않게 되어있다. 

대신 북은 자신의 길, ‘새로운 길’을 통해 최대한 높이에서 미국을 압박해 자신이 주도하는 그런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강제할 것이고, 그러면 이때서야 미국은 북에게 마지못해 도살장에 끌려나온 소 마냥 북의 요구에 응하는 그런 명장면이 연출될 것이다. 

그러면 이때는 (미국의, 트럼프의 입장에서는) 이미 늦었다. 왜냐하면 대국답지 않게, 혹은 이 지구상에서 마지막 남은 제국주의답지 않게 체면이라는 체면은 다 구기면서 소탐대실(小貪大失)하는 우가 발생해서 그렇다. 
그렇지 않으려면,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지 않으려면 미국은, 트럼프는 절대 자신의 시간과 전략을 오판하지 않아야 한다. 이른바 시간도 얼마 안 남았고, 전략도 북을 이길 수는 없다는 것을 빨리 파악하여 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기 전 미국은, 트럼프는 충분한 결단을 해야만 한다. 이름하여 ‘새로운 계산법’ 제시를 통한 북과의 ‘새로운 북미관계’수립결정을 해야만 한다는 의미이다. 

비록 늦었지만, 그런 미국을 기대해보고, 더 늦었지만 민족자주와 자결의 원칙으로 되돌아온 문재인 정부를 기대해보고, 더는 1930년대 모두가 변절의 명분으로만 삼았던 그런 시대인식을 뛰어넘어 지금의 북미정세 하에서도 승리의 여명을 향한 연방통일조국도 상상해본다. 영마루를 향한 민족의 승리도 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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