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창준 세상돋보기] 문재인 정부가 해야 할 세 가지

기자간담회는 사적 자리가 아니다. 기자들에게 한 발언은 공적 성격을 갖는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대사는 한국에 파견된 미국의 대표이다. 따라서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해리스 대사의 발언은 미국의 입장이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금강산 개별 관광 추진 입장을 신년기자회견장에서 언급한 후 이틀 뒤에 나온 발언이다. 실수도 아니고 사견도 아니다. 해리스의 말은 정확하게 미국의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남북 협력 사업에 대해 미국은 유난히 민감했다. 2018년 10월 문재인 정부에서 5.24 조치 해제 검토설이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날 “미국의 승인(approval)”을 강조한 것과 같은 패턴이다.

해리스가 확인시켜 준 것

금강산 관광을 미국과 협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미워킹그룹 회의의 안건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미워킹그룹회의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통제하는 장치임이 다시 한 번 확인되었다.

한미워킹그룹회의만으로는 부족했던 모양이다. 유엔사까지 언급했다. 문재인 정부가 끝내 금강산 관광을 추진한다면 유엔사의 권한으로 막겠다는 것이다. 유엔사는 정전협정을 관리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정책 관철의 수단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아량인가 굴복인가

청와대가 발끈했다. "남북 협력과 관련한 부분은 우리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경고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말뿐이다. 어떤 외교적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일주일 전 주한이란 대사의 ‘단교 발언’에 대해 우리 정부는 이란 대사를 초치했다. ‘단교 발언’은 외교적 결례일 수는 있어도, 우리 정부의 내정과 주권을 침해하는 발언은 아니었다. 경중으로 따지자면 ‘우리 정부의 결정권’을 침해하는 해리스의 발언이 더 무겁다. 이란대사의 발언이 초치의 대상이라면 미국대사의 발언은 추방의 대상이다.

이란대사에게 단호했던 우리 정부는 미국대사에겐 한없는 아량을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아량이 아니다. 굴복일 뿐이다.

말도 못하는 정당, 말만 하는 정당

정치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제1야당은 말 한마디 없다. 여당은 말만 한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이 그랬다. “(주한미국) 대사가 무슨 조선 총독인가”고. 맞는 말이다. 해리스의 발언은 일제 강점기 조선 총독을 방불케 한다.

그러나 말뿐이다. 여당은 우리나라에 주재하는 외국 대사를 국회로 불러들여 따질 권한이 있다. 대사가 오지 않으면 대사관에 항의방문을 갈 권리도 있다. 그러나 어떤 행동 조치도 따르지 않는다.

말 한마디 못하는 정당이나 말만 하는 정당이나 그 나물에 그 밥이다.

문재인 정부, 위기를 포착해야

문재인 정부가 위기를 느끼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무언가 남북 관계의 돌파구를 열어보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위기는 기회일 수 있다. 위기를 포착하여 기회로 만드는 전략이 요구된다.

전략은 어려운데 있지 않다. 1월 중에 문재인 정부는 세 가지를 결단하고 추진해야 한다.

첫째, 한미워킹그룹 회의를 거부하는 것이다. 고맙게도 해리스가 워킹그룹회의의 본질을 알려줬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막는 것이 한미워킹그룹회의의 본질이며 목적이다. 그것을 거부했을 때 기회는 만들어 진다.

둘째, 한미군사연습을 거부해야 한다. 2018년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는 한미군사연습 연기에서 출발했다. 2019년 한반도의 교착은 한미군사연습의 재개에서 비롯되었다. 문재인 정부가 진정 위기로 느낀다면 위기의 원인을 해소해야 한다.

셋째, 중국, 러시아와 제재 완화 공조에 나서야 한다. 이미 지난 해 12월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안보리에 제재 완화 결의안을 제출했다. 미국은 거부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주적은 미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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