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계복귀를 선언한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이 20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했다.[사진 : 뉴시스]

안철수 전 의원이 19일 귀국했다. 귀국 일성으로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제3지대를 선언했다. 원래 정치에서 제3지대라는게 회색지대이고 정치철새들의 서식처임을 정치의 역사가 말해 준다. 흔히 좌에서 우로 정치스펙트럼을 나열하고 대충 가운데 쯤을 중도니 뭐니 하는데, 그 중도라는 것이 주견머리 없이 왔다갔다한다는 말을 멋있게 포장해 준 것에 불과하다. 

대선주자급 정치인 중에서 안철수만큼 정치한 지 7년도 안되는 기간에 말을 자주 갈아탄 인물도 드물다. 정치입문은 민주당에서 하고, 표는 국민의 당으로 얻고, 서울시장은 바른미래당으로 해 먹으려다가 곤두박질친 낯뜨거운 정치행보가 안철수가 걸었던 이른 바 “새정치”의 실체이다.

안철수가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후보였던 김문수의 지지율 22%에도 못미쳐 17.6%라는 한심한 득표율로 3위로 내려앉은 것은 다른데 있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에 개혁정치인으로 위장취업하여 온갖 분탕질을 하고, 지난 총선에서 호남의 반문정서에 기대어 나름 돌풍을 일으켰지만, 곧 보수본색을 드러내고 바른미래당과 통합함으로써 결국 국민의 당을 두동강내고,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민심의 버림을 받은 것이다. 결국 정계를 은퇴하고 해외로 도망간 것이 불과 1년 4개월 전 이야기이다.

그런 안철수가 돌연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가 선거법개정안, 공수처 설치법안, 유치원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이 모두 통과되고 자유한국당의 황교안의 지도력이 땅에 떨어지는 시점에 갑자기 정치재개를 선언하고 급거 귀국한 것인데, 시점 선택이 본인의 결심인지 누구의 조언인지 다 알 수는 없지만 회색분자, 기회주의자의 모습을 다 감출 수는 없다. 오죽하면 여론조사에서 안철수는 이번 총선에서 변수도 안된다고 나왔을까.

그런데도 안철수는 자기분수를 자로 재지 못하고 “대한민국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해 호소”하겠다느니, “국정운영의 폭주를 저지하는 데 앞장 서겠다”느니 하면서 아이패드까지 들고 공항에 나타나 예의 “중도실용주의”라는 낡은 구호를 다시 꺼내들었다.

더 웃기는 것은 안철수가 “야권도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진영 대결로 일대일 구도로 가는 건 오히려 정부·여당이 바라는 것”이라며 “혁신과 경쟁을 통해 국민들의 선택권을 넓히면 일대일보다 훨씬 더 합이 더 큰 그런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마치 삽을 넓고 크게 파야한다는 식의 큰 그림을 그리듯이 발언한 대목이다. 

결국 총선보다는 대선그림을 꺼낸 것인데, 지금 진행되는 보수대통합에 대해 “관심 없습니다”며 꽤 단호한 태도로 나왔는데, 실룩하며 대권야욕에는 드팀이 없음을 결연하게 밝힌 것이 아닌가. 게다가 나름 큰 결심이나 한 듯이 “총선불출마 선언”까지 하고는 첫 일정으로 국립묘지를 들렀다가 5.18 광주묘역을 방문하였던 것이다.

참으로 분노할 일인 바, 안철수가 이번 총선에서는 또다시 호남에서 표를 구걸하고, 차기 대선에서는 보수진영 대선후보로 나오겠다는 정치사기행각을 본격화한 것이다. 민심을 우습게 아는 정치모리배들이 한 둘이 아니지만 초보정치인이 이렇게 대놓고 민심을 우롱하는 망동은 처음 본다. 광주묘역에 가서 머리를 조아린다고 안철수에게 침을 뱉고 돌아선 민심이 다시 돌아올 리 만무하다. 
안철수가 정치를 재개한 만큼 시작부터 바른미래당 당권을 장악하기 위하여 개싸움부터 시작할 터인데 가뜩이나 국회에서 적폐쓰레기들을 쳐내자는 민심이 들끓는 와중에 눈살 찌푸리는 일을 하나 더 보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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